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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평화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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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애도 댓글 0건 조회 1,004회 작성일 07-12-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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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 시절 대구에서 '피난민 주택 알선'일을 하기 전의 일이다.

  전쟁 직후 신학교 기숙사에서 나와 서울 명륜동에서 혼자 사는 고향언니 집으로 갔다.  그날 밤 명륜동은 서울로 쳐들어오는 인민군의 길목이 되었고, 밤새도록 쏘아대는 총소리에 한잠도 자지 못했다.  새벽녘, 조용해져서 밖에 나가 보니 앞집 곰탕집 판자문이 다 쓰러졌으며, 부글부글 끓고 있는 솥에 아군 한명이 꼬꾸라져 있었다.  거리에는 온통 국군의 시체로 가득 차있었다.  너무 끔찍해서 방에 들어가서 꼼짝도 못하다가 요란하게 두드리는 대문소리에 문을 열었다.  "인민군 동무, 의용군이 필요하니 빨리 나오라우."라고 소리를 질렀다.  엉겁결에 "옷좀 제대로 입고 나올께요."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방안에서 왔다 갔다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집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창밖으로 그들이 막다른 골목집 대문을 두드리느라 돌아서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이때다 싶어 대문을 빠져나가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무조건 뛰었다.  '사생결단'은 이런 때 사용하는 표현일 것이다.  명륜동 사거리를 지나 창경원 앞에 왔을 때 뛰던 길을 멈추고, 서울대병원 뒷마당 쪽을 보게 되었다.  아주 커다랗게 쌓인 더미, 모두가 시체였다.  밑바닥으로 굴러 떨어진 시체를 보니 퉁퉁 부어서 화계사 기둥만한데 한쪽편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고, 반대편에도 아주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 

  나는 정신을 잃고 멍하니 울타리의 철장만 붙들고 있었다.  어느 순간 정신이 들고 보니 주위에 살아 움직이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긴장이 확 풀리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는데 하필이면 시체 위였다.  나는 기겁하여 일어서 또 뛰기 시작해 종로 경찰서까지 왔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경찰서 앞 길가 반공호 속에는 경찰들의 시체와 모자, 신들이 즐비했다.  이상하게도 군인이나 경찰의 손에 있어야 할 총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허공을 떠다니는 듯 한참을 정신없이 달려 도착한 곳은 감신대 밑 충정로 3가 언니 집이었다.

  다음주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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